동양이라는 환상

미국 대사대리의 "한국 문화".

이미 현대사회는 사실상 서구문명이 다 정복을 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동양은 원래 자신들만의, 그리고 심지어 서양보다 더 뛰어난 자신들만의 전통 문화가 있다는 환상을 품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한중일 동북아 삼국에서 유난히 두드러져 보인다.

마치 제갈공명처럼 산속에는 동양의 전통에 바탕한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도인이 살고 있고, 그 도인이 내려와 천하를 이끌면 서양 세력쯤은 단번에 몰아낼 것이라는 환상.

이는 이미 구한말 동학에서부터 보여진 어이없는 환상이었고, 그 결과는 참혹한 실패로 결론이 난 것이기도 하다.

부적을 붙이고 적의 총탄에 달려드는 모습을 동양의 전통이라고 생각한 동양인들을 보면 그저 눈물만 나올 뿐.

하지만 이 경향은 끝까지 사라지지 않았고, 일제시대 내내 일본에 대하여 반감을 갖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민족주의의 기반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박정희는 이러한 동양과 서양의 이분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지도자이기도 하며, 그것은 전두환이 그대로 이어나가기도 했다.

전두환 시절 흔한 말이 퇴폐적인 서구문명에 대하여 우리민족의 주체성과 자주성, 도덕성을 지킨다는 말이었다.

이에 따라 포르노는 당연한 것이지만 걸핏하면 만화, 애니메이션 등등은 탄압을 받아왔고, 마광수 교수 같은 문학적 가치가 있는 교수의 소설까지도 단죄하는 광기가 사회 곳곳에서 벌어졌다.

또한 기성세대는 늘 젊은 세대가 퇴폐적인 서구문명에 빠져 타락하지 않을까 의심하는 여성스럽고 집요한 의심의 시선을 보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가 과연 전근대사회로부터 교훈을 얻고 배울 전통 사상과 문화가 무엇이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아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효도니 충성이니 하는 헛소리나 더듬더듬 해대는 것인데, 사실 유교의 경전을 살펴보면 그조차도 다 조상들이 기득권 질서에 맞게 왜곡시켜 해석해 놓은 것들에 불과하다.

공자의 뜻을 완전히 왜곡하여 기득권 질서에 맞게 재구성해놓은 것을 전통문화라고 자랑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지경.

중국이 한국의 문화를 자신들이 원조라고 하지만 한국도 이 부분에서 만만치 않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아직도 금속활자가 한국이 기원이라는 주장은 중국의 그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한국인들은 이제 동양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할 것이다.

애초에 동양은 없다.

공자의 뜻을 왜곡한 기득권 질서라는 전근대적인 현상만 있을 뿐이며 애초에 진정한 동양이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저 그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래서 저 잘난 서양인의 콧대를 눌러주고 싶다는, 우리가 더 잘났음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작고 초라한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욕망이 존재했을 뿐이다.

덧글

  • blublak 2022/02/11 20:30 #

    사실 과거에 경제대국이었던 중국, 최초의 문명이 생겨난 중동, 과거 전세계 학문에 영감을 준 그리스도 현재와 비교하면 완전 딴판인것을 보면 오래된 역사, 자랑거리 내세울 필요가 없는데 왜 과거의 영광에 대해 환상 갖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과거의 일과 현재의 일은 다른데 말입니다
    그래도 중국은 한 때 경제 대국인 적이 있었긴 하지만(이것은 청나라 때까지 그랬음. 물론 지금도 경제 대국이지만 그것도 과거 일본의 거품 경제 밖에 안됨) 한국은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우리것이 좋다니식으로 국뽕코인 내세우고 있죠.
    그리고 현재 아시아 국가들은 서유럽, 미국과 비교해봤을 때 미개한 면이 있는데 이러한 비판을 생각 안하고 동양 뽕에 빠지는 자가 있습니다
  • 엑셀리온 2022/02/11 20:33 #

    항상 현재가 가장 중요한 겁니다.

    과거에 우리 할아버지가 금송아지 가지고 있었던들 다 쓸모 없습니다.

    빈농들은 항상 우리 할아버지가 엄청난 대부호였고, 집에 금송아지가 있다고 자랑들을 합니다. 그래봤자 웃음거리가 되는 줄도 모르고요.

    아, 또 하나. 그 많던 할아버지 재산을 아버지가 도박, 계집에 탕진해서 다 날려먹었다는 후렴구도 안 빼먹던가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