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까 배우라는 거

사학과랑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랑 뭔상관이죠?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만 읽어도 무슨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추구하려는 정치체제에 왕권 견제를 통한 민주적 요소가 있네 이상한 소리들을 지껄이지는 못한다.

그냥 과두정이 뭔지만 알아도 사학계에서 이런 소리는 못한다는 뜻.

도대체 사학계에서 어떤 인간이 이런 소리를 처음으로 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그리고 역사에서도 철학이 왜 필요한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은 굳이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안 가도 알 수 있다.

고려도경을 지은 서긍이 고려에 와서 보고 겪은 후 고려는 나름 열심히 하고 배울 점도 있지만 나라가 궁벽하여 중화의 도를 실현하기엔 어렵다, 라고 한눈에 고려의 상황을 간파해버린다.

중국인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거다. 유교라는 거 자체가 애초에 금수저에게만 통용되는 것이지 흙수저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개인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결국 가난하면 유교의 이상이 실현될 수가 없는 것이다.

뭐가 있어야 효도도 하고 충성도 하고 예도 지키지 개뿔도 없는데 가난한 부모에게 효도하고 피죽도 못 먹여주는 나라에 충성을 하라고?

가난한 부모는 자식을 기생이나 머슴으로 팔아먹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데, 이런 부모에게 효도를 하다가는 내 인생 폭망한다.

또한 가난한 국가는 병사를 징집해서 이용만 해먹고 다치거나 죽으면 나 몰라라 하는데 이런 국가를 위해 충성을 하다가는 나는 물론 내 가족과 후손까지 모두 다 구렁텅이에 빠져들고 만다.

이건 멀리갈 필요도 없이 지금 대한민국의, 월급도 안 주고 끌고 갈 때는 국가의 아들, 다치면 느그 아들이라고 외치는 상황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애초에 유교를 죄다 잘못 해석을 하였는데, 사실 중국인들, 특히 중국 기득권 및 사대부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거다. 애초에 유교는 가난한 사람, 가난한 국가의 가르침이 아니라 이미 풍부한 경제력을 갖춘 금수저들에게만 맞는다는 걸.

이렇게 놓고 보면 궁벽한 나라에서 성리학을 이념으로 삼겠다는 정도전은 그야말로 망상을 해놓은 것이고, 그 결과는 더이상 말하지 않아도 조선이 망한 걸 보면 확인이 된다 하겠다.

굳이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가라고 하지도 않겠다.

그 익숙한 유교의 본질도 모르니 애초에 유교의 관점에서도 말이 안 되는 정치체제를 만들려던 정도전을 대단한 시대의 풍운아니, 개혁이니 하는 헛소리들을 사학계가 평가랍시고 창피한 줄도 모르고 지껄이고 있는 것이다.

거의 1000년이 다 되어가는 송나라 사람인 서긍만도 그 식견이 못한 한국 사학계니 결국 민족뽕, 국뽕으로 역사서술이 귀결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겠다.

사학계니까 철학이 필요 없다고?

웃픈 대한민국 인문학의 현실이다.

덧글

  • blublak 2021/12/10 22:45 #

    조선시대는 고려시대 때부터 내려온 신분제 구조 때문에 소수의 상류 계급이 대다수의 노예를 부려 먹었다면 중국은 그 시기 이미 벌써 신분제가 사라졌죠.
    오죽하면 조선의 실학자 마저 중국에는 노예제가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 엑셀리온 2021/12/10 23:27 #

    신분제 역시 나라가 궁벽하다보니 더 가혹하고 잔인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결국 한반도처럼 궁벽한 땅에서는 농사로는 답이 없고, 만약 농사를 주된 경제로 삼는다면 유교의 실현도 사실상 불가능.

    만약 공자가 한반도에 왔으면 전혀 다른 처방을 내렸을 겁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각각의 정치체에 따라 농업인지 상업인지 공업인지 등등의 여러 경제 형태를 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공자는 항상 말하듯이 미리 전제되는 걸 이야기를 안 하고 생략한 채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중국처럼 농업으로 경제력이 되는 경우를 미리 상정하고, 이걸 생략한 채로 군자의 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

    그런데 한반도인은 유교의 변방이라 공자가 이 말을 생략했다는 걸 모르고 바로 군자의 도를 실현하는 국가 운운하면서 시작하니 오류가 발생한 거고, 이게 나라를 농부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정도전에서부터 그 오류가 극대화되기 시작하는 것.

    서긍이 고려에 와서 단번에 간파한 거를 유교 인문학의 변방인 한반도에서는 전혀 모르고 다들 헛소리들만 해대었던 것이 이 나라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음.

    이런 상황에서 또 과두정을 하겠다고 하고, 그걸 왕권을 견제하는 재상 중심의 민주적 요소라고 하고 있으니 서구 정치학의 기초만 알아도 코웃음 나올 짓을 한국 사학계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지껄이는 겁니다.

    또한 이렇게 보면 왕을 사대부의 우두머리로 보느냐, 왕과 사대부는 또 다른 것이냐라는 예송논쟁도 그 실체가 더 정확히 보이는 것.

    즉 왕도 사대부의 일원이라면 이건 과두정인 것이고, 왕과 사대부는 다르다고 한다면 이는 왕정인 것이고..

    결국 예송논쟁의 본질은 과두정이냐 왕정이냐를 구분하기 위한 논쟁이기도 한 것.

    아리스토텔레스를 모르면 예송논쟁도 그 실체를 알 수가 없음.

    한국 사학계는 창피한 줄을 알아야 됨...
  • 휴메 2021/12/11 14:56 #

    그런 조선을 계승하는게 북한이고 남한에도 거기에 끼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죠..
  • 엑셀리온 2021/12/11 15:15 #

    역사가 무엇인지, 역사에는 철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학계로 인한 문제이기도 하죠.

    그러면서 그 공백지를 민족으로 채우면서 허구헌날 민족, 민족만 외치고 있는 참담한 현실...

    민족 외쳐봐야 결국 조선시대로 회귀만 하는데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진 사학계 인사가 거의 없음.

    혹시나 입바른 소리 하면 학계로부터 왕따 신세...
  • 무식한 얼음여왕 2021/12/13 16:25 #

    근데 사실 역사랑 철학을 못떼어놓는 이유가
    애초에 그게 사회상을 보여주는데 당장 인류 사상 발전과 연관되어 있는데 선생님 처럼 뭐 깊게 파는건 잘 못하는 전쟁역사덕후다만 이정도는 당연한거 아닌가 싶어유
  • 엑셀리온 2021/12/13 19:21 #

    저는 깊게 파는 거 아닙니다.

    임용한 박사님이 깊게 파죠.

    다만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알면 그분이 어떤 방향으로 깊게 파는지 그 분의 강의 몇 마디 말만 들어도 바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철학이 어떤 방향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하는지에 대한 매우 중요한 이정표를 제공해 줍니다.

    다만 포스트 모더니즘이나 해체주의 같은 괴상한 철학(저는 이것들은 유사철학이라고 봅니다)은 예외.

    그런 유사철학은 공부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헛소리 늘어놓은 거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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